천재작가 Joss Whedon의 Dollhouse...
영화 단상 / 2010. 12. 22. 02:31
'버피와 뱀파이어'(원제: Buffy the Vampire Slayer)를 아는가?
주인공 사라 미셸 겔러를 스타로 만들고 현재 뱀파이어 열풍(?)의 진원지이기도 한 드라마이다.
컬트적이면서도 어찌보면 성장기 드라마 같은 그런 드라마였는데, 꽤나 인기가 있었다.
'로스트'도 시즌6에서 끝내야 할만큼 경쟁이 치열한 미국에서 무려 시즌 7까지 갔다.
이 시리즈의 작가가 Joss Whedon 인데 이 드라마 한편으로 스타작가가 되었다.
이 시리즈는 황당한 설정과 무리한 스토리 전개로 작품성으로 보면 그다지 높은 점수를 주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일단 보기 시작하면 시도 때도 없이 터지는 유머와 가벼운듯 무거운듯한 분위가 절묘하게 균형을 이루면서 빠져들게 만든다.
특히 스토리 초반에는 주인공의 매력에 빠져들게 만들다가 나중에는 허무맹랑한 스토리일지언정, 천재작가의 이야기 풀어내는 솜씨에 빠져들게 만든다.
왜 Dollhouse를 말하면서 '버피..'를 말하지 않을수 없냐하면, Dollhouse는 어찌보면 '버피..'의 완성형, 또는 발전형이라고 보면 되기 때문이다.
'버피...'의 성공에 고무된 작가 Joss는 비슷하게 황당하지만 무대를 우주로 바꾼 'Firefly'를 선보였는데, 시즌1로 단명하게 된다.
개인적으로 정말 재밌게 본 시리즈인데, 대사도 재밌고 스토리 전개도 박진감 넘치는 꽤나 괜찮은 시리즈였는데 너무 시대를 앞서갔다고 해야 하나...
시즌 방영때는 형편없던 시청률이 DVD가 발매가 되니 오히려 판매고가 올라가는 기현상을 보여서, 결국 시즌2 대신 'Serenity' 라는 영화가 나오게 된다.
사실 'Firefly'라는 시리즈가 있다는걸 알게 된것이 이 영화 때문이었다.
Sci-Fi 와 웨스턴이 절묘하게 범벅이 된 플롯에 동양적인 양념을 친 꽤나 재밌는 영화이니 시리즈물이 버겁다면 영화라도 한번 보길 권한다.
Summer Glau 의 매력에 흠뻑...
아무튼 그렇게 Joss Whedon의 팬이 되어가던때, 'Dollhouse' 를 알게 되었는데, 역시나 Joss는 실망시키지 않는다.
1. Joss의 황당한 설정은 아무튼 알아줘야 한다.
이 친구 황당하지 않으면 설정이 아니라고 생각하는지, 아무튼 Dollhouse 라는 곳이 있는데, 이 곳에서는 아름다운 남녀들이 말그대로 인형과 같은 상태로 살고 있으며, 그 남녀들의 머릿속에 원하는 인격을 넣어서 그 남자 혹은 여자를 활용할 수 있다에서 출발한다.
문제는 한번에 한명의 인격밖에 들어갈 수 없으므로, 원래의 인격은 하드드라이브에 백업이 되어 보관되고, 백치 상태에서 생활하다가, 클라이언트(의뢰인)의 요구에 맞는 인격을 클라이언트가 선택한 남자 혹은 여자에게 업로드 하게 된다.
엄청난 대가를 지불하는 대신에 의뢰인은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그 남자 혹은 여자와 해볼 수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필자가 제일 좋아하는 캐릭터 중 하나인 어느 인터넷 갑부의 의뢰를 보면, 이 갑부의 죽은 부인을 되살려서 1년에 한번씩 처음 그 부부가 구입한 집에서 둘만의 파티를 하는 식이다.
물론 로맨스와 관련된 의뢰, 그러니까 외로운 갑부들이 자신들에게 '진짜로' 사랑에 빠지게 하고 싶고 또 사랑에 빠지고 싶어서 하는 의뢰가 대부분이고, 그러기 위해서 이들 Doll들은 최상급의 몸매와 외모를 유지하고 있다.
2. 연약해 보이지만 최강 전투력의 여자 주인공
주인공 캐릭터는 버피와 매우 유사한데, 이 배우는 실제로 '버피...'에서 Faith라는 캐릭터로 출연한 배우이다.
이 주인공 또한 온갖 전투관련 기술과 전술, 전략등을 습득하게 되며, 이 주인공만이 세상을 구할 수 있게 된다.
'버피...'에서는 버피라는 주인공 캐릭터가 대단히 사랑스럽고 현실적이어서 몰입이 쉬운 반면에, 이 '에코'라는 캐릭터는 너무 비현실적이어서 스토리에서 겉도는 감이 있다.
사실, 원하는 때부터 원하는 때까지의 모든 기억을 자유자재로 컨트롤 할 수 있는 장치에서 자유롭게 되는 유일한 존재이며, 머릿속에 수십명, 나중엔 수백명분의 인격과 지식을 넣고 다니는 말도 안되는 캐릭터를 현실적이라고 생각하기에는 어렵지 않나 싶다.
배우인 Eliza Dushku 의 연기는 물론 훌륭하고 나무랄데 없다.
설정상 Doll들은 몇명의 퍼소나를 순간순간 바꿔서 연기해야만 했으며 이 젊은 여배우와 또다른 두명은 이를 훌륭하게 연기해냈다.
하지만 워낙에 비현실적인 캐릭터인건 어쩔 수 없나보다.
3. 고군분투하는 단 한명...
혼자 순식간에 수십명을 때려눕히는 주인공을 얘기하는게 아니다.
사실 여기서 주인공은 위의 사진의 친구들과 같이 행동하니 고군분투는 아니다.
오른쪽의 금발의 남자를 두고 하는 말인데, 이 친구가 거의 대부분의 유머를 담당하고 있다.
작가의 번뜩이는 재치는 거의 이 친구를 통해서만 발휘가 되는데, 사실 이 시리즈에서 가장 아쉬운 점이다.
Whedon의 작품들의 매력 중에 하나가 유머와 재치있는 대사인데, 이 시리즈는 시종일관 무겁게 이끌어나가느라 유머가 거의 없다.
'버피...'와 'Firefly', 특히 'Firefly'는 재치가 넘치는 대사가 대부분이었는데 많이 자중한 느낌이다.
4. 소문난 잔치 먹을게 있긴 있더라
이 시리즈에 대한 소식이 들려오자 '버피...'의 팬들은 기대가 컸다.
실제로 이들의 반응이 어땠는지는 글쎄 2010년에 끝났으니 잘은 모르겠지만, 기대에는 못미친듯 싶다.
'버피...'와 'Firefly'의 생생한 캐릭터들이 여기에서는 실종되었다.
'버피...'와 'Firefly'의 캐릭터들은 우리 주변에서 내일 당장 만날 수 있을 것 같은 그런 친숙하고 익숙한 존재들이었다.
그런 캐릭터들이 황당무개한 스토리를 현실감있게 만들어 주었는데 반해, 'Dollhouse'에는 '그것마저' 부족하다.
하지만, 역시 천재는 천재인지라, 스토리 자체의 흡입력은 대단해서 시즌 2가 언제 끝나는지 모르게 끝을 보게 만들었다.
특히 농담과 유머를 전담하는 'Topher'라는 캐릭터가 간간히 던지는 화두는 심상치 않은 것들이다.
이 시리즈의 설정이 가능하다고 전제 한다면, 어쩌면 부자들을 위한 불로장생의 방법을 말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고, 어쩌면 우리의 존재가 정신에 있는것인지 육체에 있는것인지, 영혼은 혹시 기억의 집합체가 아닌지 같은 고민도 하게 하는 화두들이다.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아마 이와 비슷한 철학을 '공각기동대'와 '에반게리온'에서 찾을 수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이 시리즈는 영화 '매트릭스'를 연상시키는 설정도 많이 등장하고, 실제로 대사 중에도 '매트릭스'를 언급하기도 하는데, '매트릭스'에 영감을 받아 작가가 진지하게 액션과 철학적인 진지함을 섞고 싶어했다는걸 알수 있게 해준다.
('매트릭스' 2편과 3편에서 출연한 배우가 비중있는 캐릭터로 등장하니 이또한 재밌다. 사령관 아저씨~!!!)
사실 이런 액션 미국산 시리즈물에서 작품성과 스토리 전개의 논리적인 허점이라든지 설정의 황당무개함을 비판하기에는 미국은 경쟁이 너무 치열하다.
이런 신선한 소재를 이만큼이나마 풀어낼 수 있는 작가는 정말 손에 꼽을 수 있는 정도일것이다.
Sci-Fi를 좋아하고 '매트릭스'가 단순히 액션영화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라면 이 시리즈물을 아마 재밌게 볼 수 있을것이다.
하지만 CSI 시리즈들이나 'House MD', 'Grey's Anatomy' 같은 주류(?) 시리즈들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시즌1의 반도 보기가 힘들것이다.
어쨌든 이 작가의 천재성이 유감 없이 발휘된 다음 대작을 기대하면서 이만 줄일까 한다.